지난 13일 키움 히어로즈 유튜브에 '데뷔 첫 응원가 듣다가 사죄하는 김동헌'이라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. 영상 속에서 김동헌 선수는 '열심히 하겠다. 잘하겠다'라고 하며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. 그리고 잘하겠다는 약속을 영상이 올라온 당일에 지켰습니다.
https://youtube.com/shorts/W7F67JLYqWc?feature=share
김동헌 선수는 JTBC 예능 최강야구에서 널리 알려졌지만, 제 눈에 들어온 건 청룡기 결승에서였습니다. 경기를 처음부터 본 건 아닌데, 김동헌 선수의 모교인 충암고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후반 몸에 공 맞고 나가면서 더그아웃을 향해 팔을 휘저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릴 것을 독려했습니다.
그리고 2루에 나가 있을 때 허벅지에 통증을 느껴 치료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교체를 거부하고 경기를 뛰는 걸 보고는 그 투지에 반했습니다. 경기는 결국 패했고 김동헌 선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.
그때부터 우리 팀에 오길 바라고 있었습니다. 최강야구에서도 몬스터즈 선수들 못지않게 열심히 응원했습니다. 감독님 따라서 비디오판독 신청한다고 네모 반듯하게 그리는 거 하며, 동료들 응원한다고 끊임없이 소리 지르는 것까지 맘에 안 드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.
슬프게도, 서울 첫 번째 지명권을 갖고 있어서 미국만 가지 않으면 당연히 키움에 지명될 수 있었던 장재영 선수를 제외하고는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선수 중에 어느 누구도 우리 팀에 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,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만, 박동원 선수를 보내고 얻은 2차 지명권으로 김동헌 선수가 우리 팀에 왔을 때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. 다른 선수 지명 결과와는 상관없이 제 개인적으로는 성공한 드래프트였습니다.
입단 첫 해부터 1군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, 김동헌 선수의 포지션은 포수여서 '올해 말에 1군에서 볼 수라도 있으면 다행이겠다. 빨리 군대 갔다 와서 몇 년 내에 주전 포수가 되어줘' 하고 바랐는데 개막전 엔트리에 들었습니다. 그때까지만 해도 '1군 공기 쐬게 해주나 보다. 며칠 내에 4,5 선발 등록하면서 내려가겠지' 했는데 이 선수 1군 붙박이 중입니다.
그뿐인가요. 선발로도 출장하고 있는 중입니다. 한두 경기가 아니고 요키시, 후라도 선수는 거의 전담에 심지어 안우진 선수와도 배터리로 뛰는 중입니다. 그 이면엔 이지영 선수가 극도로 부진하다는 슬픈 진실이 담겨있긴 하지만, 우리 팀 포수가 김동헌만 있는 것도 아니니,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.
수비야 고등학교 때부터 인정받은 선수이고, LG로 간 김범석 선수에게 밀렸던 것은 타격, 특히 파워였는데 아직 홈런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, 방망이는 씩씩하게 돌리는 모습에 팬들은 이뻐 죽는데, 본인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. 사과를 하는 저 영상 속에 얼굴이 상한 듯 보여 가슴 아픕니다.
신인 선수가, 그것도 포수가 1군에서 저만큼이나 뛰는 건 4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에 정말 드문 일인데, 그것보다 자신의 부족한 모습만 보고 있나 봅니다. 다행히 저 영상에 달린 댓글은 거의 대부분 응원하는 댓글이고, 저 영상이 올라온 날 5타석 2타수 2안타 2 볼넷 1사 구로 전타석 출루하고 결승타까지 치며 잘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김동헌 선수는, 키움 히어로즈 유튜브 후토크에서 훨씬 밝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.
https://youtu.be/_2 JSgvNyc7 A
아직 만 18세의 미성년자로 어리디 어린 선수이지만, 후토크에서 말한 것처럼 고졸 1년 차 최고 이닝 기록도 세우고, 타격에서도 더 좋은 기록을 세워서 잘하고 싶은 마음 만족시키고 남도록, 항상 지금처럼 밝게 웃을 수 있도록, 더욱 좋은 선수가 되길 바라 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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